예수님, 부처님, 보좌 신부님이 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
* 예수님, 부처님, 프란치스코 교황을 평생 보좌한 신부님의 대화를 통해, 청빈과 헌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간성, 교황님의 삶이 주는 보편적 교훈을 다룬 깊이 있는 철학적·신학적 대화문을 아래와 같이 구성합니다.
《청빈의 발자국 –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리며》
등장인물
-예수 그리스도
-부처
-안토니오 신부 (교황 프란치스코를 평생 곁에서 보좌한 인물)
한적한 정원의 나무 벤치. 세 인물이 앉아 있었다. 그 중 두 인물은 인간의 시간 너머에서 온 존재들이었고,
한 사람은 교황 프란치스코를 사랑으로 지켜본 사제였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러나 깊이 있게 시작되었다.
예수:
“그는 나를 닮으려 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궁전 대신 골목을 선택했고, 교황이라는 높은 자리에
오르고도, ‘내가 너희의 발을 씻은 것처럼 너희도 서로의 발을 씻어주라’는 주님의 말씀을 삶으로 실천했다.”
교황이라 불렸지만, 그는 늘 자신을 ‘가장 작은 자’로 여겼지.”
안토니오 신부:
“맞습니다, 주님. 그는 늘 웃는 얼굴로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말했지요. 심지어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에도 ‘로마의 주교’라고만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처음 탄 리무진도 거절하셨고,
바티칸 궁전 대신 게스트 하우스 작은 방에 머무르셨습니다.”
부처:
“청빈과 무소유. 그것은 깨어 있는 자만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이다.
나는 출가하여 왕자의 자리와 비단옷을 버렸지.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권위를 버렸고, 그 비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채웠다.”
예수:
“그는 아르헨티나의 빈민가에서 시작했지.
부유한 이들을 위한 교회보다, 쓰레기더미 옆의 조그만 성당을 지키는 것을 택했지.”
안토니오 신부:
“네, 주님. 그는 매일 지하철을 타고 사제복이 아닌 평범한 셔츠를 입고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주교님이 어디 계시냐’고 묻자, 웃으며 ‘지금 당신 앞에 있소’ 하셨지요.”
부처:
“그가 교황이 된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 진정 위대하다.
자리는 마음을 바꾸기 마련이지. 그는 마음으로 자리를 다시 정의한 사람이었구나.”
예수:
“내가 이 땅에 와서 말하고 싶었던 진리는 단순했다.
‘너희 가운데 가장 작은 자가 가장 큰 자’라는 것.
그는 이 말을 온몸으로 증명했지. 교황직의 본질을 다시 설명해준 사도였다.”
안토니오 신부:
“그는 늘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환호가 두려웠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래서 늘 가난한 사람들 곁으로 내려갔습니다.
‘하느님은 신학서보다 사람의 눈동자 속에 계신다’고 하시며요.”
부처:
“그의 삶은 불교의 사성제와도 닮았다. 고통을 직시하고, 그 원인을 이해하며,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올바른 길을 걸었다.
프란치스코는 중도(中道)를 실천한 자였고, 무
소유의 가르침을 유일신 아래에서도 살아낸 이였다.”
예수:
“내가 사랑했던 자들은 늘 부족한 자들이었다. 프란치스코는 그들을 대신해 무릎을 꿇었고,
그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자신의 체면을 내려놓았다.”
안토니오 신부:
“그가 가장 싫어했던 말이 ‘이건 원래부터 이랬어’라는 말이었습니다.
시스템이 아니라 복음을 따르자고 하셨죠. 교황청의 금은으로 장식된 성찬용품 대신,
나무 숟가락과 질박한 포도주잔을 선택하셨고요.”
부처: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소유하고 비교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는 소유보다 존재의 가치, 위계보다 연결을 택했지.
이 점에서 나는 그를 나의 벗이라 부를 수 있겠다.”
예수:
“그는 웃을 줄 알았다. 심지어 자신이 실수했을 때도 웃음을 잃지 않았지.
유머는 진리의 완곡한 친구이다. 하느님은 우리가 무거워지지 않기를 원하신다.”
안토니오 신부:
“선종하시기 전, 병상에서도 주변 간호사에게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수십 번을 반복하셨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감사의 말을 먼저 하셨지요. 참된 평화는 그런 영혼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예수:
“그는 나의 뒤를 따른 자가 아니라, 나와 함께 걷는 자였다.
지금 이 자리에도 함께하고 있을 것이다.”
부처:
“나는 그를 ‘자각한 자’라 부르겠다. 욕망을 등에 지고 살면서도,
끝까지 손을 펼 수 있었던 이. 그런 자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하나의 귀의다.”
대화의 끝.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한 존재의 발자국이
그들 앞에 조용히 새겨진다.
프란치스코. 그는 말하지 않고도 가르쳤고, 가르치지 않아도 전했다.
그리고 질문 하나가 다시 피어난다.
"우리는 지금 누구처럼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