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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과 찰리 채플린의 자본주의 비판

이안작가블로그 2025. 4. 3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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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런던의 한 오래된 극장 무대 위. 조명이 꺼지고 관객이 모두 떠난 뒤, 무대 중앙에 깃털 같은 기척이 내려앉았다. 한 사람은 코흘리개 모자를 쓴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 

다른 이는 두루마기를 입고 삐뚤한 눈썹 아래 익살이 번진 얼굴의 조선 문인, 연암 박지원이었다.

 

무대 뒤편에선 기계의 쇳소리, 광고판의 전광이 여전히 번쩍인다. 채플린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찰리 채플린:
 “연암 선생, 이 시대는 슬픈 희극입니다. 인간은 더 편리해졌지만, 더 외로워졌어요. 

기계의 부속이 되면서, 웃음마저 공장에서 찍어내는 시대가 되었으니.”

 

연암 박지원 (부채를 펴며):
 “허허, 자본의 이빨에 껌처럼 붙은 인생이라. 조선에도 ‘탐관오리’라 하여 백성의 피를 짜던 자들이 있었소. 지금은 자본이 그 탐관오리가 되었구려.”

 

채플린:

 “그래서 제가 ‘모던 타임즈’를 만들었습니다. 인간이 공장에서 나사처럼 돌아가고, 

기계에 먹히는 장면. 하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웃지 않더군요.”

 

연암 (눈을 반짝이며):
 “풍자란 눈을 감고 보는 진실이오. 웃으며 듣는 칼날이지. 내가 쓴 ‘호질’에선 호랑이가 양반에게 묻지요. 네가 진짜 호랑이가 아니냐고. 세금을 착복하고 백성의 피를 빠는 자야말로 진짜 짐승이지 않느냐 말이오.”

 

극장의 커튼이 살짝 흔들린다. 연암은 그 틈을 가리키며 말했다.

 

연암:
 “저 커튼 너머는 관객의 자리, 이 무대 위는 진실을 전하는 자의 몫이오. 

그런데 요즘은 연극조차 스폰서가 없으면 무대에 못 오르지요?

 

채플린:
 “예, 지금은 모든 게 자본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영화도, 언론도, 심지어 시도. 침묵조차 가격표가 붙은 세상이죠.”

 

연암:
 “그래서 세상이 우습지 않소. 왕 대신 광고가 통치하고, 

양반 대신 주식 그래프가 호령하니. 헛웃음밖에 안 나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무대 위 조명 하나가 켜지고, 채플린이 천천히 무대 끝으로 걸어나가며 말했다.

 

채플린:

 “이윤을 쫓는 자본의 가속도가 멈추질 않아요. 그 속도에 밀려, 사람도 지구도 탈진했어요. 

대기오염, 플라스틱 바다, 사라지는 숲... 결국 자본은 지구를 상품 취급하고 있어요.”

 

연암 (고개를 끄덕이며):
 “조선 시대에도 한강의 버들잎을 꺾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시인이 있었지요. 하물며 지금은 

바다를 통째로 태우고 있구려. '지구라는 궁궐에 거하며, 똥을 금칠하는 것이 

인간의 문명인가' 하고 꾸짖고 싶소.”

 

그때, 무대 스크린에 대형 광고가 흘러나온다.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그린 프리미엄’, ‘탄소중립 AI’. 연암이 부채를 휘두르며 소리친다.

 

연암:
 “허허허! 기가 막혀! 조선 양반도 이 정도 기만은 못 했소이다! 

대나무에 붓글씨나 쓰던 시절이 그립구려.”

 

채플린 (작게 웃으며):
 “광고 속 '그린'은 초록빛이 아니라 돈의 색이죠.”

 

연암:
 “그럼 이제 우리도 대안을 말해야 하지 않겠소? 풍자란 문제를 찌르되, 

희망의 길을 닦는 것이니까.” 채플린이 무대 한가운데 서서 말한다.

 

채플린:
“기술은 인간을 닮고, 예술은 고통 속에 웃음을 찾으며, 

자본은 함께 숨 쉬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연암:
 “가능하지요. 조선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소. ‘진정한 부자란 나눔을 즐기는 자’라고. 

남의 그릇을 늘리려 하지 않고, 내 밥을 함께 나누는 자가 진짜 부자지요.”

 

채플린:
 “그러면, 희극은 단지 웃음이 아니라 회복의 예술이겠군요.”

 

연암 (미소 지으며):

 “맞소. 풍자는 상처 위에 뿌리는 웃음소금이오. 따끔하되, 낫게 하는 힘이 있지요.”

두 사람은 무대를 걸어 내려간다. 어두운 관객석 뒤편에선 누군가 천천히 박수를 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지금 이 글을 읽는 우리, 관객의 박수일지 모른다.

 

무대 위 마지막 자막이 뜬다.

 

“세상이 너무 무거울 땐, 웃으십시오.
하지만 그 웃음이 세상을 가볍게 만들어야 합니다.”
“쇠붙이의 심장은 따뜻해질 수 있고, 필름 위의 슬픔은
희망이 될 수 있으며, 화폐의 길은 공동체로 향할 수 있을까요?”
“강철은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웃음은 눈물을 안을 수 있을까,
돈은 벽이 아니라 다리를 놓을 수 있을까.” 
— 연암 &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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