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도서관 옆 작은 카페. 비 오는 오후, 커피잔을 앞에 두고 두 사람이 앉아 있다.]
서순:
푹스 선생, 당신 책 『풍속의 역사』를 읽고 정말 놀랐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이 사랑하고, 욕망하고, 숨기고, 또 때로는 드러냈던 방식이
전부 문명의 거울이라는 사실 말이에요.
푹스:
고맙소, 서순 군.
사람들은 ‘성풍속’이라고 하면
그저 외설이나 음담패설로 치부하지만,
사실 그건 시대의 가치와 권력, 인간성이 드러나는 아주 중요한 지점이지요.
서순:
맞아요. 저도 문화를 연구하다 보니,
성에 대한 사회의 태도는 경제, 종교, 계급하고도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자주 느껴요.
어떤 시대는 사랑을 억누르고,
또 어떤 시대는 욕망을 포장해서 파는 식이죠.
“자본주의 사회에선 성도 상품이 됩니다”
푹스:
내가 100년 전에도 말했지만,
성은 이제 산업이 되었소.
즐거움이 아니라, 상품이 된 거지요.
여성의 몸이 광고가 되고,
관계는 거래가 되고.
서순:
지금은 더 심해졌어요.
SNS를 보면 사람들이 자기를 드러내고, 평가받고,
마치 '매력 자본'을 쌓듯 행동하죠.
그런데 그게 꼭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그렇게 되는 거예요.
푹스:
그렇다면 지금은 욕망조차 노동이 된 시대군요.
심지어 ‘사랑받을 준비’까지 해야 하니…
서순:
정확히요.
자본주의는 성마저도 팔고 사는 것으로 바꿔놓았죠.
“성풍속이 문명을 망친다고?”
푹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던져봅시다.
‘성풍속이 타락하면, 문명이 망하는가?’
서순:
흔히 로마 제국이 망한 이유를 ‘향락’ 때문이라고들 하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아요.
성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성을 어떻게 다루느냐,
그게 진짜 문제예요.
푹스:
맞소.
억압도, 방임도 둘 다 위험하오.
진짜 위기는
성에 대해 거짓말하고, 위선으로 덮고,
자유와 책임을 구분하지 못할 때 찾아오지요.
“그럼 어떤 성풍속이 아름다운 걸까요?”
서순: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네요.
“건강한 성풍속이란 뭘까?”
푹스:
나는 이렇게 말하겠소.
보여주되 과시하지 않고,
즐기되 강요하지 않고,
자유롭되 타인을 해치지 않는 것.
서순:
정말 멋진 말씀이에요.
그리고 그런 태도는 단지 침실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모든 태도에도 이어지겠죠.
[마무리 – 따뜻한 분위기로]
서순:
결국, 성풍속도란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존중하느냐를 보여주는 거울 같아요.
푹스:
맞습니다.
그리고 문명은 칼과 법으로만 무너지는 게 아니지요.
사랑이 왜곡되고, 관계가 도구가 될 때,
그 사회는 이미 흔들리고 있는 거예요.
서순:
그러니 앞으로의 성풍속은
더 성숙하고, 따뜻하고, 서로를 아끼는 방향이었으면 좋겠어요.
푹스:
그래야 문명도 다시 꽃을 피우겠지요.
☕ 커피는 식었지만, 이야기의 온기는 남는다.